<내맘대로 EZ2DJ의 대표곡, LOOK OUT. PLAY를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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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Z2DJ 업소용 기계

약 10년 전인 1998년,
(알아보니 1997년 12월이라고 한다)
 코나미에서 비트매니아라는 아케이드 게임을 내놓았다.
당시만 해도 아주아주 생소했던 '음악을 이용한 게임'이었던 데다가
(그때까지 음악을 이용한 게임은 버스트 어 무브나 파라파 더 래퍼 정도에 불과했다)
클럽의 로망 DJ의 믹싱을 게임으로 재현하여 체감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필자는 당시 지방에다가 변두리에 살고 있어서 오락실에서 접할 수는 없었고
98년 중후반 쯤 플스로 나온 이식판을 통해 처음으로 비트매니아를 접해볼 수 있었다.
그래서 시내까지 나가 오락실을 순방하며 업소용 기기를 찾아 헤맸다는-_-
아무튼 당시 대전액션 게임이 주류였고, 체감형 게임이라는 게 고작해봤자
건슈팅 게임이나 레이싱 게임이 전부였던 오락실에서
휘황찬란한 불빛을 번쩍번쩍 내뿜으며 빠방한 사운드로 클럽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재현해내는 비트매니아는 그 조작의 생소함 때문에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일단 누가 한번 하기만 하면 '갤러리'들을 양산해내는,
당시 오락실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을 연출해내기도 했다.
(가끔 KOF같은 게임 20승 정도 하면 갤러리가 모이긴 했다)
하지만, 비트매니아는 수입품인 데다가 워낙에 기기가 고가인 터라
동네 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기는 아니었고
자연히 '아는 사람만 아는'게임에 불과했다.

그렇게 비트매니아가 등장하고 1년 정도가 지난 후,
코나미는 비트매니아에 이어 그 유명한 댄스댄스 레볼루션을 내놓으며
명실상부한 리듬액션 게임의 선두주자로 입지를 굳히게 된다.
그리고 한참 DDR이 국내(사실 국내인지는 모르겠고, 내가 살던 광주지역;;)에
보급되려 하던 무렵쯤... 이었거나 그것보다 조금 전,
분명 비트매니아 같은데 뭔가 약간 다른
해괴망측(?)한 리듬액션 게임이 오락실에 하나둘씩 보급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EZ2DJ(이하 이지)이다.
비트매니아와 이지는 거의 비슷한 외형에
비슷한 모습의 키 배열에
(비트매니아는 1P쪽과 2P쪽의 턴테이블이 모두 오른쪽에 배치되어 있었고,
이지는 1P는 왼쪽, 2P는 오른쪽에 배치되어 있다)
똑같은 스타일의 게임 플레이 방식(위에서 내려오는 막대형 노트를 타이밍 맞춰 쳐내는 방식)을
가진 이 게임은
국산이어서 상대적으로 비트매니아보다 단가가 싸게 먹힌다는 최대 강점을 통해
비트매니아를 밀어내고 국내 오락실의 리듬액션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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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이지의 키배열, 오른쪽이 비트매니아의 키배열>


당시 비트매니아를 이미 알고 있던 오덕후 취향의 게이머들은
(당시만 해도 인터넷이 별로 보급되지 않았을 때라서, 한국에는 얼마 보급되지도 않은
일본 아케이드 게임을 알고 있다는 건 거의 오타쿠 급으로 취급되기에 충분했다)
너무 비슷한 모습의 이지를 보고는 표절작이라며 맹비난을 해댄다.
하지만 그래봤자 소수의 목소리일 뿐,
비트매니아가 던져주었던 그 오락실에서의 충격을
이지는 저렴(?)한 기계 단가로 방방곡곡 오락실에 보급하면서 비트매니아를 넘어선다.
당시 비트매니아를 이미 즐겨봤었고, 플스를 통해
나름대로 열심히 플레이까지 해본 입장에서는
그 비트매니아와의 비슷함에 살짝 분노하였고
비트매니아의 감으로는 도대체 맞출 수가 없는 그 극악한 판정에 또한번 분노하였다.
좀 비슷한 게임을 해 봤다는 나조차 쉽사리 적응할 수 없는,
절대 쉽지 않은 게임이었지만
근성의 한국 게이머들은 이지를 차근차근 정복해나갔다.
더욱 주목할만한 점은
당시만해도 살짝 오덕후 취향이던 오락실에 게임이라고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새로운 게이머들이 대거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건 좀 개인적인 기억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지가 오락실에 등장하면서부터
오락실에 가는 나같은 인간들을 무시하던 학교 친구들이 하나둘씩 오락실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당시 필자는 고등학교 3학년;;)
그때 마침 DDR도 하나둘씩 보급되고 있었던 터라,
이전까지 오락실을 등한시하던 사람들의 오락실 유입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얼마 후, DDR과 펌프가 비트매니아와 이지의 전철을 밟으면서
펌프 또한 DDR을 밀어내고 오락실을 장악하게 되는데,
이렇게 국내 음악게임이 붐을 이루자
급기야는 이런 리듬액션 게임기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오락실까지 등장하게 된다.
뭐 얼마 안가 리듬액션 게임이 시들해지면서 폭삭 망하고 말았지만...

이지 1st가 나왔을 때 나는 한참 바쁜 고3이었고
덕분에 주말같은 때 잠깐 해보는 것 이상의 플레이를 할 만한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그때도 잘 못했었고, 나중에 시간이 여유있게 되자
펌프나 다른 게임을 하느라고 이지를 잘 하지 않았었다.
더군다나 리듬액션 게임이란 게 괴수가 한번 휘젓고 가면 뒤에서
허접한 실력으로 게임 하기가 상당히 민망한 게임이라
각 오락실마다 괴수가 바글바글했던 당시 상황에서
미천한 실력으로 300원이란 거금을 투입하고 두어판 하다가 폭사하는 그런 용감한 짓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이지를 회상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기도 하다.
별로 하지도 않았으면서 무슨 특별한 추억이 있는 양 포스팅하고 있으니...

하지만 내가 이지를 기억하는 것은 내가 그 게임을 열심히 해서가 아니라
그 게임의 주축을 이루던 음악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서이다.
게임 스타일 자체는 거의 표절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사실 지난 7월 판결이 나서 표절이란 소리를 당당히 하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이지를 비트매니아 아류작이라고 하면 입에 게거품 무는 사람이 꽤 있었다)
비트매니아와 흡사한 모습이어서 당시의 나로써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지만
이지의 삽입곡만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Ruby Tuesday라는 작곡가의 곡이 대체로 내 취향이 많았는데
(이양반은 디맥 포터블 2에서도 대거 음악을 내놓은 적이 있다)
Look Out은 이지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명실상부한 이지의 대표곡이었다.
당시의 이지에서 가장 쉬운 곡이었고, 내가 올콤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이지 곡이기도 하다;;
뭐 그것 말고도 Stay같은 곡들 역시 인상적이었다.
여담으로, 이지에서 나온 곡 중에 Combination(맞나;;)이란 곡이 있었는데
이 곡이 이후에 나온 핑클의 3집 타이틀곡과 같아 살짝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작곡가가 동일인물이다)
그거 이외에도 Lovely day라는 곡은 장나라의 '나도 여자랍니다'라는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했고.

한참 2000년대 초까지 맹위를 떨치던 리듬액션 게임은
내가 군대를 가던 2002년 이후 더이상 라이트 유저를 잡아둘 수 없는
극악한 난이도의 괴수게임으로 변질되면서 내가 제대하고 나서는
하는 놈들만 죽어라 하는 '그들만의 게임'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4~5레벨의 곡도
'그걸 어떻게 하냐'는 식으로 쳐다보며 감히 손댈 엄두도 못 내는 반면
꾸준히 게임을 즐기던 매니아들은 말도 안되는 플레이를 하면서도
게임이 쉽다며 더 어려운 걸 내놓으라며 소리를 치는,
너무도 극단적인 유저의 양극화를 만들어내고 말았던 것이다.
뭐 앞에서도 말했듯이 리듬액션 게임이란 게 괴수 한명이 쓸고 지나간 자리에
섣불리 민간인이 뒤이어 게임을 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못 되기 때문에
'괴수가 아닌'민간 게이머(?)들의 이탈은 급속했던 것 같다.

뭐, 어쨌거나 그런 유저의 양극화를 낳으면서도 충성적인 매니아들의 힘으로 인해
명맥을 이어오던 이지는 결국 그 태생적인 딜레마인
표절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2007년 7월 하드웨어의 특허권 침해가 법적으로 인정됨에 따라
기기가 전량 폐기되고, 그 역사가 끊어지고 만다.
(소프트웨어의 특허권은 예전에 어뮤즈월드가 코나미에게서 승소를 얻어낸 적이 있다)
이제 앞으로는 오락실에서 새로운 이지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판결 내용을 보면 이미 판매되어 가동중인 이지 기기들도 폐기해야 한다고 하던데,
현실적으로 그건 좀 어려울 듯 하다.
워낙에 이지 기계의 보급률도 높은 데다가,
요즘은 동네 문방구나 수퍼 앞에 미니게임기에도 이지가 있더라-_-
그걸 다 수거해서 없앤다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오락실에서의 이지는 그 명맥이 끊어지고 말았지만
그 명성과 완성도 높은 음악은 온라인으로 이어져, EZ2ON이란 온라인 리듬액션 게임이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 오픈베타가 있어 잠깐 해 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실망스런 결과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노래는 뭐 원래 있던 이지의 음악들이라 흠잡을 데 없지만
뭔가 불편하기 그지없는 인터페이스와 불친절한 노트는
역시 이지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 게임답게
또한 '그들만의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그래도 DJMAX는 노트가 술술 눌리는 느낌이 있었는데 말이다.
뭐, 오늘 하루 즐겨봤을 뿐더러, 그나마 1차 오픈베타 첫날이었으니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웬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게임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참고로, EZ2ON은 EZ2DJ의 음악만 갖다 썼을 뿐, 다른 제작사에서 만든 게임이다)
그런 면에서는 이지 초반 제작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DJMAX가 훨씬 애착이 가는 것도 사실이고.

국내에서만큼은 원조인 비트매니아를 누르고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EZ2DJ이지만,
이지가 인기를 끌고 있는 그 순간순간마다 항상 그늘에는
비트매니아의 아류작이란 딜레마가 자리잡고 있었고
결국 아류작이란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국내 아케이드 게임의 대표작, 그것이 EZ2DJ였다.

posted by drunke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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