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해 주는 영화를 보다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와이드화면의 영화를 TV화면에 맞게 자르면 중요한 부분이 잘려나가는 일도 있지 않을까?"

요즘 영화는 2.35:1의 화면비율로 제작이 되고 있고, TV화면은 4:3(계산해보니 1.33:1정도 되네요)의 비율이니
옆으로 긴 화면을 정사각형에 가까운 TV화면에 맞추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부분이 잘려나가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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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1의 영화를 4:3 화면으로 자르면 이정도밖에 남지 않는군요>






위의 사진에서 선명하게 표시되는 부분만이 TV로 나올 수 있다는 말인데,
막상 이렇게 만들어놓고 보니 잘려나가는 부분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아까 TV를 보는데, '크림슨 타이드'라는 영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약 10여년 전에 나온 영화인데, 잠수함 안에서의 파워게임을 다룬 상당히 유명한 영화죠.
개인적으로 잠수함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소장하고 있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컴퓨터를 하면서 잠깐잠깐 보고 있는데, 제가 갖고 있는 것과 자막이 달라 자막을 비교해보기 위해
컴퓨터로 같은 크림슨타이드를 재생해놓고 서로 비교해보다가
와이드 화면의 영화를 단순히 4:3으로 잘라서 방송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영화의 양쪽 부분을 잘라내어 방송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에 따라서 잘라내는 부분이 달랐던 겁니다.
즉, 와이드 화면의 왼쪽에 중요한 내용이 있다면 오른쪽 부분을 더 잘라내고,
오른쪽에 중요한 내용이 등장하면 왼쪽 부분을 잘라내고 있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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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부분에 주인공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왼쪽 부분을 대부분 잘라냈습니다>

영화 후반부의 한 장면입니다.
주인공인 램지 함장(진 해크먼)과 헌터 부함장(덴젤 워싱턴)이 화면의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가운데로만 잘라내면 헌터 부함장이 없어져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장면에서는 왼쪽의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부분을 잘라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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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젤 워싱턴의 대사중이기 때문에 오른쪽 진 해크먼은 아예 잘라버렸습니다>

영화 거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이 장면은 와이드 화면의 양쪽에 주인공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가운데로만 잘라냈다면 둘 다 얼굴이 잘려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했겠죠.
그렇다고 어떻게 조정해서 둘 다 화면에 담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서, TV에서는 대사를 하고 있거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인물을 가운데에 놓고
(두 주인공 앞에 함대사령관이 앉아 서로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옆 인물은 아예 카메라에 잡히지 않은 채 번갈아가며 원샷을 받는 것처럼 잘라냈더군요.
즉 이번 컷은 헌터 부함장의 원샷으로 나오지만, 다음 컷에서
램지 함장이 대사를 할 때에는 램지 함장의 원샷으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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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4:3으로 잘라내면 자막이 잘려버리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이런식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잘라냈다고 하기엔 약간 복잡한 문제가 남아있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길게 자막이 나오는 장면인데요,
위의 그림처럼 4:3으로 잘라내게 되면 자막이 잘려버리게 됩니다.
분명히 TV에서 볼 때에는 자막이 온전하게 나왔고, 그것도 자막이 약간 TV화면 왼쪽으로 쏠려있었습니다.
이건 어떻게 된 것일까요?

두 가지 생각을 해 볼 수가 있었습니다.
1. 원본의 세로사이즈를 줄인 다음 4:3으로 잘라냈다.
2. 애시당초 영화를 만들때부터 4:3버전과 와이드 버전이 따로 존재한다.
(결국 위에 보여드렸던 모든 작업이 '원래 영화 제작때부터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것이죠)

1번 가설(?)은 이미 TV에서 영화가 끝나버린 터라 다시 확인해볼 수가 없었고
2번 가설은 인터넷을 좀 뒤져보았는데 답을 알 수가 없어서 역시 확인 불가입니다.
(아시는 분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ㅡ.ㅜ)


뭐 어쨌거나,
TV방송 영화라고 해서 단순히 영화사에서 영화 사서 틀어주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애시당초 4:3버전이 따로 존재하는게 아니라면 말이죠)
설마 전국에 방송되는 채널의 프로그램이 그렇게 허술하게 방송이 되겠습니까만은.

posted by drunke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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