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각 오전 3시 41분...
자다 일어난 게 아니다. 안잤다.
오랜만에 아침일찍 나가봐야 하기에 열시쯤 잠자리에 들었더니
평소와는 다른 수면시간에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킨데다
잠이 살짝 들려는 찰나
망할놈의 모기쉬키가 살포시 내 뺨에 빨대를 꽂는 덕분에 잠이 후다닥 달아나서
도저히 다섯시반에 일어나지 못할것 같아
그냥 날을 새고 말았다.
내일(이제 오늘이다) 아침부터 알바를 해야 하고, 그 다음날은 바로 중간고사 시험이
기다리고 있는데...

밤과 새벽 사이라고 할까.
항상 이시간쯤이면 몸이 나른해지면서 기분이 오묘해진다.
날새는게 내 순수한 의지이건, 아니면 다른 일 때문이건 간에..
군대에서 18시 30분에 기상해서 08시 30분에 퇴근하는 살인적인 생활을 할 때에도
과제 때문에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 때에도
또 오늘처럼 잠이 안와서 이것저것 하면서 날을 새고 있을 때에도
항상 이시간에는 도망갔던 잠이 몰려오곤 한다.

군생활 2년 중 거의 1년 6개월을 밤에 일하는 데서 지내다 보니
날새기의 고비가 되는 시간대가 몇 번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첫번째. 23시~01시 사이.
뭐 물론 요즘처럼 편하게 살면서 놀다가 밤 11시를 넘기는 경우에는
이시간대에 잠이 잘 오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시간대보다는 잠이 많이 온다.
밤을 뚫어버린 그대에게는 아직 초저녁 축에도 끼지 못하는 시간이지만
낮에 열심히 일한 그대라면 잠이 스르르 오는걸 느낄 수가 있다.
이 1차고비는 자정을 넘겨 12시 30분에서 01시 정도가 되면 극복할 수 있다.

두번째. 바로 지금, 04시경.
시적인 표현(?)으로 내가 가끔 밤과 새벽 사이라고 부르는 이 시간대가
바로 두번째 고비다.
이미 잘 시간은 훌쩍 넘겨 버렸기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쏟아지는 졸음을 이겨내기가 힘들 것이고
밤을 뚫어버린 그대일지라도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게 정상인'인간이기에 견디기가 힘들다.
군대에서는 이시간 무렵이면 특히나 일거리가 없어져
(순찰자 OUT, 투입조 기상 전)
커피신공으로 버텨내야만 했었다.
뭐 고비라고 콕 집어서 말하긴 했으나 이시간 이후면
거의 비몽사몽 제정신은 이미 온데간데 없다.

세번째. 막 해 뜰 찰나.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는 그때가 바로 가장 최대의 고비이다.
밤을 뚫기 위해 사투를 벌인 후의 피로감이랄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은... 없다.
그냥 끝났구나 하는 생각뿐.
그래도 밤을 새고 맞이하는 새벽 공기는 그 어느 시간대에도 느껴보지 못할
카타르시스를 가져다 준다.
하지만... 그런 카타르시스가 잠을 깨워주지는 못한다.


할일도 없이 날을 새는 건 미친 짓이다.
하지만 이런 시간까지 잠들지 않고 있으면
썩 나쁘다고 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된다.
또 심하게 감상적으로 변해버린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 느낌이 좋아서 난 가끔
미친 짓임을 알면서도 날을 새고는 한다.

posted by drunke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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